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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Totto-chan :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 by Tetsuko Kuroyanagi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2. 7.

책 표지만 보고 고른 또 하나의 책이었습니다. 표지가 예쁜데, 내용도 예쁜 책! 그래서 표지만 보고 고른 게 하나도 억울하거나 속상하거나 아깝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들고 다니기도 간편한 문고판의 가벼운 페이퍼백이었는데, 책 내용이나 표지와 딱 맞습니다. 그렇게 앙증맞고 귀여운 사이즈의 책이었지 싶습니다.

읽어본 느낌은 그렇습니다. 한편의 소설같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라는 겁니다. 작은 어린아이의 시점을 3인칭으로 서술해 나갔지만, 정작 서술자는 자기 자신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한 작은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결국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2차 세계 대전 시작 전에 있다가 전쟁 중에 사라진 한 초등학교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곳에서 이루어진 교육이 이 책의 주된 소재입니다.

보통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지만 이 책은 그냥 가볍게 마음 내키는 대로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만큼은 이렇게 쓰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읽어도 재미날 것 같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이 책은 뭔가 독특하고도 특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영어 번역판 표지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그 자유로운 초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목에 나오는 그 Totto-chan 본인입니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 애칭 부를 때 이름에다가 chan을 붙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가 퇴학 당하고, 이 학교에 첫 등교를 하던 날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학교가 2차 세계 대전 때, 도쿄에 있던 폭격으로 불 타 없어지던 날로 끝이 납니다. 이 책은 그 학교를 다니면서 Totto-chan이 겪고 보고 들은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그런 아주 작은 에피소드들을 묶어냈습니다. 본래는 여성지에 쓰던 글들을 책으로 엮고 몇 개 더 쓰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다녔던 이 초등학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내용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내 아이들도 저런 교육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물론, 그녀의 어머니처럼 내가 아이들을 대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아이에게 다른 이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획일적인 사회 기준에 맞춰서 말하고 대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못 느끼던 그러한 것을 새삼 발견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각자 다 다른 개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미 사회가 학교를 통해서 가하는 틀에 맞추라는 강요를 나 역시 부모로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해 줘서 좋았던 책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책을 읽을 때 잠깐 뿐입니다. 그저 책을 덮고 나면 나 역시 세상에 흔한 한 명의 엄마로 돌아옵니다. 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세상의 잣대에 맞춰서 애를 타박하는 악순환을 계속 할 뿐입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로 되어 있어서 한 챕터가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바쁘신 분들 나눠서 읽기도 괜찮습니다. 본래 일본어로 씌여진 게 영어로 번역된 책이라서 단어가 평이한 편입니다. 문장도 복잡하지 않고, 잔잔한 소설같이 쓰였습니다. 

일종의 연대기처럼 씌여져서 일이 있었던 순서대로 돼 있습니다. 그런만큼, 서사구조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챕터북 정도 읽으시는 분이면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글 번역본 표지입니다.

다만 일본의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발음 나는 대로 쓰고선 짤막하게 영어로 설명을 해 놓은 것도 있어서 대충 이해가 가서 넘어가게는 됩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알기 힘든 부분도 꽤 됐는데,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고 읽어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말미에, 이 책에 등장했던 실존인물들이 결국에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나옵니다. 아주 인생이 잘 풀린 경우도 있고, 그냥 평범하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실은 그 부분을 안 읽고 넘어갈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읽다보니, 궁금해서 안 읽고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름 아주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아이 키우시는 분들이 읽으면 어떨까 싶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또 한글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2017년과 2019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표지만 다를 뿐, 두 버전의 책을 모두 새 책으로 살 수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잘 팔리는 책인가 봅니다.

일본에서 만화영화로 다시 나왔다고 하는데, 그 포스터입니다.

이 책이 작년에 영화화 됐다는 것을 지금 찾아보다가 알았습니다. 2023년에 일본에서 이 책의 속편이 나오면서, 속편인 책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책도 영화화 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들어온 기억이 안 납니다. 만화영화로 된 것 같은데, 이 책 분위기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찾아보다가, 이 책이 2023년에 가장 많이 팔린 자서전으로 기록을 세웠다는 나무위키의 기록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50여개국어로 번역도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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