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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The Museum of Innocence by Orhan Pamuk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5. 4. 15.

처음 이 책에 대해서 접했던 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오래 전에 뉴스였나 어떤 프로그램이었나 모르겠는데, 이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자를 잃고, 그 여자의 머리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그 여자에 관한 모든 것을 모두 다 모아서 박물관을 만들었노라고요. 그리고 그 박물관의 이름이 순수박물관이라고요. 

너무 로맨틱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싶었습니다. 뭔가 이 책을 읽으면 심금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당장에는 이 책을 사서 읽지는 못했고, 언젠가 이 책이 할인하는 영어책 속에 있는 것을 본 뒤에 샀습니다. 그리고는 이 책을 못 읽고 쟁여 두기만 했습니다.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원서 표지입니다.

문제는 바로 바로, 책 두께였습니다. 536페이지라는 책 두께는 뭔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제가 산 책은 싸다고 사다 보니, 너무 작은 판형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가 촘촘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서 쓰윽 앞부분 보고 그냥 다른 책들과 함께 꽂아놓기만 했던 책이었습니다. 

아! 좀 더 돈 주고 큰 판형을 살 걸 싶다가도 그렇게 되면 책이 더 커 져서 들고 읽기도 버거울 것 같은데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계속 읽지 않던 책은 결국 집어들어서 마침내 장장 석달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읽어나갔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어땠냐구요? 글쎄요.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습니다. 그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본래 이 책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석달씩이나 내가 이 책을 붙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달 정도면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길어야 두달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봤죠. 하지만, 뭔가 그 사이에 잡다한 다른 일도 있었고, 뉴스나 유튜브 쇼츠를 보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책 읽을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 작가, 만연체입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뭔 말을 하는 지 모르겠는 겁니다. 그리고 터키말이 약간씩 책에 섞여 있습니다. 이를테면 ‘bey’라는 말이 ‘Mr.’ 정도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hanim’은 ‘Madam’ 정도 되는 말이지 싶습니다. 그 외에도 모르겠는 터키 지역이나 레스토랑 이름이 마구 마구 나옵니다. 

처음에는 좀 찾아봤는데, 나중에는 그냥 장소려니, 식당이고 카페려니 하고 읽었습니다. 하여튼, 읽다가 멈칫 멈칫 하게 하는 터키어 포인트들이 있어서, 뭔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초급이신 분들 절대로 영어로 읽으려고 시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글판 책 표지입니다.

어차피 이 책, 한글 번역본 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니, 이 작가랑 친분이 있는 우리나라 교수님이, 터키 말 직접 읽고 한글로 번역도 하신 모양입니다. 굳이 영어로 안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 책은, 영어로 읽어도 터키 말을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원전을 읽었다고는 볼 수는 없죠. 여튼, 그래도 저는 그냥 영어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에 나오는 터키어에 좀 답답해 했습니다. 그리고 한글판으로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읽는 데에 좀 지치기도 했고, 뭔가 내용 자체도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꽤 재밌고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다만 기대와는 다른 줄거리와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사상을 가진 작가였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 들어 읽게 만드는 게, 이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굿리즈(Goodreads :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 기준 536쪽의 좀 길긴 길다 싶은 두께의 책이지만, 챕터는 무려 83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짧은 챕터는 아주 짧고 긴 건 좀 길어서, 챕터 많다고 읽는 숨 짧은 분들이 도전하시기에는 어려움이 좀 있지 싶습니다.

작가 자체가 만연체에다, 단락이 끊기지 않고 길게가 아니고, 기이이일게 이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초급이신 분들에게는 절대 도전하시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책 좀 읽어봤다 싶고, 만연체도 읽어낼 만 하다 싶으신 분들에게는 많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느 번역문체가 그러하듯이, 특별히 꼬인 문장은 없습니다.

읽는 데에 방해가 많이 되는 터키 말이나 지명도 초반에 좀 찾다 보면 안 찾아도 되는 것도 있고, 귀찮으면 지명이려니, 식당이나 카페, 혹은 술집이려니 하고 읽으면 거의 다 내용 들어오고 맞습니다. 등장인물 이름들도 뭔가 낯설어서 힘들긴 합니다.

그것도 그냥 대충 읽어집니다. 다만, 지금 여기 쓰려면 뭐라고 발음을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한글판 책 나와 있으니까, 영어로 읽기 버거우신 분들은 한글판으로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나름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집착과 광기에 가깝게 질척대는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의 섬세함과 치밀함 그리고 철두철미함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감탄하게 될 뿐입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게, 어쩌면 제가 이런 사랑을 진짜 살아가면서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사랑을 했을지라도, 결국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 보면 그 사랑이 낡고 퇴색되어 버려서, 본래 제 빛을 잃게 되기 때문일까요. 아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순수박물관의 사진입니다. 책에 나오는 나비 브로치가 전시돼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이 영화화 되거나 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영화화 하려고 해도 뭔가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안점은 결국 ‘나’라는 화자 입장이 된 주인공 남자의 섬세한 심리묘사입니다. 영화로 묘사하기 엄청 힘들 것 같습니다. 소설로는 아주 잘 묘사해 놓았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이 책 제목이 뭡니까! Museum of Innocence! 순수박물관 아니겠습니까! 

이 책에 나오는 주소에 바로 이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책에 나오는 그대로 박물관을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책에는 1회 입장권까지 있습니다. 책을 다 읽으셨으면 터키로 가셔서 박물관 한 번 가 보시면 더 재미날 것 같습니다. 아, 저는 다 읽고 책 팔아먹어서 박물관은 못 가겠습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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