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전 뭔가 힘차고 밝은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제목 때문이지 싶습니다. 뭔가 밝고 맑은 이야기가 나와서, 더위와 우울증에 찌든 저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이 책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겁니다.
그런 기대 속에 읽기 시작하고선 앞부분에서는 좀 우울한 모드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그런만큼 책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좀 짧고 쉬운 책이라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조금 우울해도 읽어갈 만 하더라구요. 그리고 시종일관 우울했던 것도 아니고, 뭔가 전체적으로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결말 부분에 와서는 뭐랄까요? 황당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뭐 딱히 제가 어떤 결말을 생각했냐 하면, 아무 생각없이 읽었습니다. 뭔가 어떤 결말이 나야 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말에서는 “애개, 이게 뭐야! 환타지잖아! 완전 동화네. 뭐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구만!” 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이 결말이 싫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읽고 난 뒤에 아주 만족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주 모두 행복하고 긍정적이고 즐거운 결말이지 싶습니다. 저같으면 상상도 못할 결말을 과감하게 낸 작가가 존경스럽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이란 무릇 사람 사이에 살아서, 한자로 인간(人間) 아니겠습니까! 작가가 세상에는 없을 것 같지만 완벽하게 행복한 결말을 그려가며, 따뜻한 인간사를 보여주는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어지러운 제 인생에서도 Lucky에게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이고 동화같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하는 헛된 바람도 가져봅니다.
아, 그리고 작가가 이런 결말을 과감하게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작가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지 싶습니다.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디테일까지 살려서 잘 묘사하는 게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여러 말로 설명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나타내는데 그게 디테일이 살아있는 게 이 작가 내공이 장난 아니네 싶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이 책은 저한테만 훌륭해 보일 리가 없는데요. 2006년 11월 7일에 나온 이 책은 그 이듬해엔 2007년 뉴베리 금상(Newberry Awards)을 당당하게 수상하고, 1년 뒤인 2008년에는 버몬트 골든 책 상(Vermont Golden book Awards)를 수상하였습니다.
이렇게 상 탄 책, 우리나라 출판사와 엄마들이 좋아하잖아요. 이 책, 당연히 한글 번역본이 있습니다. 제목은 살짝 다르네요. ‘행운을 부르는 소녀 럭키’라고 했는데, 영문 제목 그대로 쓰기에도, 이 제목을 쓰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네요. 특별히 영화화 되거나 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책은 판형에 따라서 길이가 조금씩 다릅니다. 128쪽에서 144쪽 정도의 두께로, 페이지수만 본다면 챕터북 좀 긴 수준이랄까요. 책 자체가 길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챕터까지 많습니다. 무려 23개입니다.
챕터 길이가 좀 들쭉 날쭉이긴 한데, 한 챕터의 평균 길이가 10쪽이 넘지 않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단어도 좀 쉬운 편이고, 문장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사는 곳이 좀 특이한 곳이긴 하지만요.
제가 어렵게 느껴졌던 단어는 딱 두 개였는데, 하나는 ‘Pop.’이었는데, 그것은 결국 population(인구수)의 약자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12 steps 라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결국 알게 됐는데, 알콜이나 담배 같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중독에서 나오는 단계를 말하는 거였습니다.
이 두 단어만 알고 읽기 시작하시면, 크게 어려운 단어나 숙어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챕터북 많이 읽고서 이제 좀 약간 어려운 책 도전하실 분들이 도전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물론, 쉽고 머리 식히고 기분 전환할 책 찾으신다고 해도 근사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뒷 이야기가 두 권 더 나와서 세 권짜리 시리즈로 돼 있습니다. 저는 이 책 다 읽었으니, 그 다음 책도 읽어볼 계획입니다. 다 읽고 괜찮으면 글 남길게요. 이 책 줄거리 궁금하신 분은 아래 대략적으로 적어봤습니다. 스포일러 찐한 거 싫으시면 아래 부분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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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럭키)는 박물관에 금주 모임에서 새미(Sammy)가 술을 끊게 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옅들으면서 있었습니다. Lucky는 박물관에서 있는 금주 모임이나, 금연모임, 다이어트 모임 등의 많은 모임들 이후에 남겨진 흔적들을 치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10살짜리 소녀입니다. Lucky는 자신의 방으로 쓰는 트레일러, 부엌 용도인 트레일러, 그리고 자신의 후견인인 브리짓이 쓰는 트레일러, 이렇게 해서 세 개이 트레일러가 연결된 집에 살고 있습니다.
Lucky의 엄마는 어느 폭풍우 치고 난 뒤에, 맨 발로 걸으면 발이 행복한 사막을 맨발로 걷다가, 폭풍우 끝에 떨어진 고압전선에 감전돼서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게 벌써 2년 전인데, 그때 아빠에게 연락이 갔다고 합니다. Lucky의 아빠는 본래, 엄마를 만나기 전에 프랑스 여자와 결혼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기 갖는 것을 싫어해서 이혼했고, 그 뒤에 미국에 와서 또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 아내가 아기를 가졌고, 아빠는 이혼하면서 아이와 엄마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Lucky라는 거죠.
Lucky에게 아빠는 이혼한 전처인 프랑스 여자를 보냅니다. Lucky는 아빠가 보낸 후견인인 브리짓이라는 분이 후견인으로 오던 날을 기억합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온 날, 그건 마치 영화 속의 등장인물 같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2년 동안 브리짓은 Lucky의 후견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좋은 수양가족을 만날 때까지만 돌봐주려고 했는데 말이죠. 하루하루 브리짓이 떠나고, 수양가족을 만나서 살던 동네를 떠날 걱정에 몸서리쳐 지던 Lucky는 자신이 갑자기 사라지면 브리짓이 걱정하고 외로와 할 거라면서 도망을 칩니다. 오래 버티려나 생각했지만, 도망친 날 바로 온 마을 사람들이 숨은 곳에 찾아오고 맙니다.
Lucky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죽은 엄마의 장례식을 다시 치르듯이 하면서, 엄마의 유골을 뿌려줍니다. 그게 이 책의 표지 그림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찬송가를 부르면서, Lucky의 엄마를 추모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Lucky는 브리짓이 열심히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미국으로 귀화를 하려고 모색하면서, Lucky를 정식으로 입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곧 브리짓은 Lucky 아빠에게 돈을 꿔서 프랑스식 카페를 차려서 차와 음식을 팔게 됩니다. 음식에 파슬리 가루 뿌리고, 식당 일 돕는 것은 Lucky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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