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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Wreckage by Emily Bleeker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1. 5.

2015년 첫 출간돼서 아마존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는 소설이 할인을 했을 때, 한 번 사 보고 싶었습니다. 2015년 3월에 나와서 베스트셀러인 책이 2015년 6월에 할인을 한다! 뭔가 맨날 할인하는 책만 사다 보니, 남보다 늦게 책을 보는 편이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검증된 책은 본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남보다 먼저 읽어보는 선구자의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랬기에, 이 책을 그때 샀던 겁니다. 그렇게 사서, 바로 읽었느냐 하면...... 따끈따끈한 새 책을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뭐, 꼭 그게 그렇게만 생각대로 풀리는 일이 아니라고 변명합니다. 

네. 구차한 변명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들어온 이 책, ‘Wreckage’는 2015년 3월에 출간된 책을 그 해 6월에 따끈따끈할 때 샀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12월에 읽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급하게요.

원서 표지입니다.

2023년은 뭐 배우러도 다니기도 했고 티스토리 블로그도 시작했지만, 유튜브도 많이 보고, 늘어져 있기도 많이 해서 책을 많이 못 읽고 지난 해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연말에 금세 읽을 듯이 시작했던 이 책을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한권이라도 더 읽고 2023년을 보내고 싶어서, 60% 정도를 남겨둔 이 책을 단 3일만에 후다닥 읽었습니다.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난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고 샀던 기억이 납니다. 늘 제가 말씀드리다시피, 내용을 다 알면 무슨 재미로 읽겠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앞부분에서 우왕좌왕 하느라 첫 번째 챕터는 두 번 읽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뭔가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나름 스릴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로맨스물이기도 하고, 좀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는 완전 아메리칸 스타일의 부부관계가 나와서 다 읽고 나면 적응이 안 되는 감이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고, 남녀 주인공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서술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헷갈릴 것 같으신 분들은 도전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현재 이야기를 할 때는 ‘Present : 현재’라고 작가가 분명히 명시하고 있고, 아닐 때는 ‘Island’라거나 분명히 그런 식으로 써 줍니다. 

누가 서술자인가, 누구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름을 분명하게 해 주고 있어서 혼동을 초래하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 오락가락 하는 것 치고는, 그런 점에서는 그다지 헷갈리지 않는 상태로 책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나름, 처음부터 끝날 무렵까지 이야기가 물 흐르듯,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가지고 계속 흘러갑니다. 그래서 나름 푹 빠져서 재미나게 읽을만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다 끝나갈 때 갑자기 도저히 저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아메리칸 스타일의 부부관계에서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로 결말을 짓습니다. 

작가가 너무 지나치게 해피엔딩에 몰입하다 보니 그렇게 됐나 싶습니다. 제가 작가라면, 밝히지 않고 지나간 이야기들을 평생 묻어둔 채로 부부 사이가 아슬 아슬한 밧줄타기인 상태로 남겨놓을 것 같습니다. 뭔가 공포 분위기 내지는 살얼음을 걷는 듯한 상태에 대한 애매한 묘사로 끝내는 식으로요. 하여튼, 저한테는 이런 식의 결말이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챕터 개수는 32개입니다. 굿리즈와 아마존 모두 책 두께를 305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한 챕터 당 10쪽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인용 책치고는 두께에 비해서 챕터가 많은 편입니다. 앞부분의 챕터가 조금 짧은 편이고 뒤로 가면서 챕터가 조금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부분에서 내용이나 등장인물, 작가가 자주 쓰는 단어나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나니, 약간 길어진 챕터들도 특별히 길어서 힘들어진다는 느낌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성인용 소설인데, 특별히 야하거나 폭력적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조금 폭행, 성폭행, 불륜 이야기가 점칠돼 있으니, 이런 거 조금만 나와도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특별히 어려울 것도 쉬울 것도 없는 300페이지 짜리 영어 소설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난이도는 그냥 중급 정도인데, 약간 쉬운 중급입니다.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좋은 내용이랄 것도 특별히 나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청소년 도서가 아닌 만큼 청소년이나 그 이하의 나이대인 분들에게는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이 2015년 아마존 베스트 셀러다 뿐이지, 이렇다할 상을 탄 것도 없습니다. 굿리즈 같은 데에서 그 해에 가장 좋은 책으로 지정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번역이 안 됐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 한글 번역판이 나왔습니다. 아주 의외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품절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스타일의 부부관계적 사고방식으로 아무 비밀이 없는 해피엔딩을 그려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식 사고방식과 정서에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품절이 됐지 싶습니다. 그래도 이런 이국적인 결말의 책이 번역됐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아무래도 책 자체는 스릴 있고 나름 잘 쓰여진 재미난 책이기 때문에 번역이 됐지 싶습니다. 통속소설로서는 딱히 흠 잡을 데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결말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 책은 할인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마존 프라임이나 아마존 언리미티드를 이용하고 계시다면,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아래는 이 책의 간략 줄거리 스포일러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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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번역본 표지입니다. 번역한 제목이 마음에 안 듭니다.


시작은 현재, 릴리안(Lillian)이 방송사를 불러서 인터뷰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릴리안의 시어머니인 마가렛(Magaret)은, 요거트 회사의 이벤트에 당첨 돼서 릴리안을 동반해서 피지로 여행을 갑니다. 그런데, 거기서 경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사고가 납니다. 비행기에는 비행기 조종사인 켄트(Kent), 승무원인 테레사(Theresa), 그리고 PR업체 운영하는 데이브(Dave)가 타고 있었습니다. 

데이브가 아내인 베쓰(Beth)가 병원에 호르몬 주사 맞는 것을 잊어서 유산했다는 소식에 상심한 데이브를 위로해 주던 릴리안은, 노트북을 자리에 펼쳐놓은 채로, 테레사의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비행기는 엔진이 하나 고장나서, 폭풍 위로 날지 못하고 폭풍 속을 뚫고 가게 됐고, 요동칩니다. 

테레사는 통로에서 오락가락 하다가 넘어져서 목이 꺾여 즉사하고, 마가렛은 노트북에 머리를 맞아서 의식을 잃습니다. 비행기는 태평양 바다에 떨어지고, 켄트는 구명보트를 펼칩니다. 그렇게 해서, 죽은 테레사만 비행기에 남기고, 구명보트에 머리 다친 마가렛과 데이브, 릴리안, 그리고 켄트가 떠돌다가 3일인가만에 무인도가 도착합니다.

섬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마가렛은 죽습니다. 켄트는 섬에 있는 대나무나 이파리로 뭘 짜는 것도 가르치고, 물고기도 잘 잡고 해서 은신처를 얼른 만들어 냅니다. 능력은 탁월하지만, 성격이 너무 안 좋은 사람이 켄트입니다. 켄트와 데이브가 사냥을 주로 하고, 릴리안은 빨래와 열매따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켄트가 나쁜 마음을 먹고 릴리안을 성폭행 하려고 하자, 데이브가 막아섭니다. 켄트가 데이브를 목졸라 죽이려 하자, 릴리안이 켄트를 칼로 찔러 죽이고 맙니다. 이에, 데이브는 켄트의 시신을 토막내서 바다에 물고기밥으로 줍니다.

둘만 남은 데이브와 릴리안은, 켄트처럼 능률이 좋지는 않지만,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 결국 연인이 됩니다. 그리고 아기인 폴(Paul)까지 낳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낳고 릴리안은 몸에서 열이 나고, 아기도 석달만에 죽고 맙니다. 

아기의 죽음에 릴리안은 죽고 싶어서 먹을 것을 안 먹고, 데이브는 릴리안이 없으면 살 의지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비행기가 나타나서 데이브가 구조 신호를 보내서 구조된 겁니다.

데이브와 릴리안은 테레사와 마가렛, 그리고 켄트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폴도 이미 비행기 타기 전에 임신한 상태였던 아기라고 말하고요. 

이에, 풍문으로 뭔가 미심쩍다는 내용이 돌자 인터뷰를 길게 해서 모든 것을 잠재우려 한 겁니다. 그렇게 인터뷰는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끝낸 데이브와 릴리안은, 각자의 배우자에게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릴리안은 폴이 데이브의 아기라는 것과, 켄트를 죽인 사실을 남편인 제리에게 털어놓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데이브와 릴리안은 릴리안의 난자를, 데이브의 아내인 베쓰에게 제공해서 아기를 낳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제리와 베쓰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비밀을 털어놨다고 부부 사이에 믿음이 좋아지고, 릴리안과 제리의 아들들도, 베쓰와 데이브의 아기가 반은 자신들의 형제니까 만나게 해 주려고 하고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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