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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Station Eleven by Emily ST. John Mandel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1. 18.

언제나 그렇듯이 읽기 전에 이 책이 도대체 뭔 책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알면 재미 없다는 신념 때문에 그랬습니다. 그리고 Station eleven이라는 잘못된(?- 잘못된 게 아닐 텐데...) 제목 때문에 이게 우주 여행하는 이야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헤매면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도 도대체 뭔 소린가 싶어서, 쭉 읽었습니다. 잘 모르겠어도 그냥 쭉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에 다시 맨 앞으로 다시 가서 읽어나갔습니다. 그러자 이 책 내용이 비로소 잘 들어왔습니다.

저처럼 다 읽고 한 번 더 읽는 형식으로 읽으셔도 내용은 당연히 잘 들어오지만, 한 절반 정도만 읽으면 대략적인 큰 그림이 잡힐 겁니다. 문장이나 구성이 엄청 어렵다거나 한 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헤매면서 읽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이 여럿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각자 자기의 이야기 안에서 또 주인공인데, 그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겁니다. 등장인물들 간에 약간씩은 접점이 있습니다. 그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기에 좀 산만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단선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를 보고 읽어보면 많이 안 어렵습니다. 이해가 안 돼도 대충 통독하시고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재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작가가 기술적으로 배치해 놓은 서사구조가 극적이기도 하고 약간 복잡하기도 해서, 좀 한 번에 들어오지는 않는 책이었습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표지도 아름답습니다.

1984나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We(우리들) 같은 소설에서는 막막한 현 상황이 더 이상 나아질 것 같지 않고 그저 파국이고 거기서 끝이고 계속 세상은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런 반면에, 이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유튜브에서 작가가 인터뷰 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좀 보다가, listening(리스닝)이 안 돼서 보다 말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본 작가의 얼굴을 보니, 이 작가가 글도 바른 생활 하시는 분 같이 썼고, 실제로도 그런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른 생활 하시는 분이 쓸 만한 바른 글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 읽고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뭔가 약간 삐딱한 작가들이 쓸 법한 글에서 느껴지는 좌충우돌을 보면서 느끼는 그런 박진감이랄까 위기와 스릴이랄까 그런 것은 좀 적었던 책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책입니다. 그다지 충격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더러 나오는 충격적일 만한 소재나 내용은, 등장인물이 잃어버린 기억이거나, 대충 어슴푸레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 읽혀도 괜찮을 만한 책입니다.

2014년 9월 9일에 초판 출간됐다고 하는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 셀러였습니다. 이북이 아마존에서 할인할 때 사서 읽었던 책입니다. 길이는 책 판형에 따라서 333쪽에서 354쪽 사이입니다. 전체 챕터는 55개입니다. 챕터가 많아서 끊어 읽기가 좀 좋습니다. 챕터는 내용이나 장소별로 소제목으로 몇 챕터씩 묶여 있는 형태입니다. 

그 소제목마다 주인공이랄까 등장인물이 다르거나 장소가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반적으로 초급용 책은 아니고 중급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막 챕터북 읽다가 도전하시기에는 서사구조가 좀 다사다난합니다. 장르는 SF 이고, 종말 이후를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글 번역판 표지입니다.

2014년에 처음 나와서 한창 베스트셀러일 때는 눈독만 들이고 못 읽고 있다가, 남들 다 읽은 다음에 1년 뒤에 할인해서 산 책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 굿리즈(Goodreads :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에서 보니, 상을 타거나 최종심까지 갔던 상이 한 바닥이네요. 그래서인지 2016년에 한글판이 번역됐습니다. 지금도 잘 팔리고 있는지 품절되지 않고 새 책을 살 수가 있는 상태입니다. 굿리즈나 아마존의 별점이 점수가 높은 만큼, 한글책도 평이 좋은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 책이 영화화 됐나 찾아봤는데, 영화가 아니라 미드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2021년 12월 16일에 공개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왓차에서만 볼 수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책이 괜찮았던 만큼 드라마도 기대가 됩니다.

대략적인 줄거리 스포를 아래에 할 테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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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모스크바에서 처음에 퍼진 독감으로 시작됩니다. 엄청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옮아와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갑니다. 99% 혹은 99.99%의 높은 치사율까지 보여줍니다. 결국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국경을 지킬 수도 없어서 나라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치안을 담당할 사람이나 수도나 전기를 관리할 직원도 없어서 모든 게 다 멈춰 버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약탈하면서 1-2년 살아갑니다. 한 10년이 지나고 나면, 계속 서로 공격하고 약탈하면서 험하게 사는 지역과,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이나마 몇 안 되니, 서로 반가와 하면서 알뜰살뜰 챙겨주면서 사는 지역으로 적당히 나뉘어져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일정한 구역을 가지고 오락가락 하면서 공연을 하는 무리가 생겨나는데, 그게 바로 여행하는 심포니입니다. 

여행하는 심포니가 최종적으로 닿는 곳은 공항입니다. 사람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공항을 이용하면서 나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있는 클락(Clark)은 어딘가 저 머나먼 곳에서 전기 생산하는 곳이 있어 보인다고 합니다. 전기 쓰는 곳이 있고 문명이 어딘가에서 다시 일어난다면, 언젠가는 예전의 문명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 책은 끝을 맺습니다. 등장인물이 바뀌면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명료한 메시지는 ‘네가 오늘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고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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