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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Young-adult)

[서평] I Am Not Your Perfect Mexican Daughter by Erika L. Sánchez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3. 5.

제가 책을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읽기 위해서? 누가 추천해 줘서? 수상한 책이라서? 다 맞는 얘기지만 언제부턴가 책을 살 때의 기준은 할인이 됐습니다. 물론, 책 표지를 보고 “예쁘네!” 하면서 사기도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가지였습니다.

할인을 했고, 제목이 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책 고르는 이유에 해당하는 표지는 제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대충 알 수도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일 것 같았습니다.

물론, 책 표지에 ‘National Book Award Finalist’라는 말도 이 책을 사도록 부추긴 또 한가지 요인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누가 읽고 좋았다고 추천한 것도 아닌데 간만에 책을 새로 사서 읽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읽어보니 어땠을까요.

원서 표지입니다.

이 책 제목에서 내용이 다 유추됩니다. 멕시코 출신인 어머니와 딸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면에서 더 생각해 본다면, 딸의 성장 소설이라고 보면 됩니다. 둘 다 맞는 얘긴데, 전 딸의 성장소설 쪽에 더 무게감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야기는 나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개돼 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밀 조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질리지 않고 읽어갔던 책입니다. 상상했던 내용이 펼쳐지면서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기에 저는 이 책은 잘 고른 편입니다. 그렇지만, 좀 독특하다 싶은 느낌의 책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라는 소재 자체에서 오는 이색적인 면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이색적이기도 하지만, 아주 대중적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전 그래도 나름 재미나게 읽어서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 다 줘야겠습니다.

저는 이북으로 사서 읽었기 때문에 두께는 크게 느끼지는 못했는데, 344쪽 정도의 책이라고 합니다. 페이지수가 좀 있는 만큼 초급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챕터는 한 29개정도 됩니다. 챕터가 굉장히 짧은 것은 짧고 긴 건 또 좀 길었습니다. 그다지 단어나 문장이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읽는 호흡이 좀 긴 분들이 읽으셔야 편하게 읽힐 것입니다. 그러니까, 중급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안 어려운 중급 수준의 영어책이라고 보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가 단어나 문장이 군데 군데 등장합니다. 네이버 사전이나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대체적인 내용을 알고 넘어갔습니다.

스페인어를 조금 안다면 신경 쓸 일이 없어서 더 쉽게 읽힐 것 같기도 합니다. 굳이 스페인어로 돼 있는 부분 찾아보지 않아도, 전체적인 줄거리 파악이 됩니다. 때문에, 안 찾고 그냥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2017년 10월 17일에 나온 책인데, 나온 지 얼마 안 된 12월말에 할인을 해서 사서, 2018년에 읽었습니다. 제 딴에는 꽤 새로 나온 책을 금방 읽은 셈입니다. 제가 읽을 때는 한글판 번역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2022년에 한글 번역본이 나왔네요.

아직도 잘 팔리고 있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9.8점이니 저같이 읽어보니 잘 맞았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읽었나 봅니다. 영화화 된 건 없나 찾아봤는데, 영화나 드라마까지는 안 나온 것 같습니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섞어서 조금 써 봤으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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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 표지입니다.

흔히, 엄마와 딸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싸우고 그런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관계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 상상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거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그리고 딸이 둘인 집에서, 두 딸이 비교대상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딸은 굉장히 부모 말 잘 듣고, 유순합니다. 다른 딸은 사사건건 자기 의견 내세우고 부모에게 반발을 자주 합니다. 부모는 말 잘 듣는 딸을 애지중지하고 사랑하는 반면, 반발하는 딸을 미워합니다. 그리고 그 천덕꾸러기 딸이 바로 이 책의 서술자인 딸, 줄리아(Julia)입니다.

이 정도만 말해도 책 다 읽은 느낌이 갈 정도로 상상이 가실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점점 더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물론, 집에서의 사정은 그렇게 안 좋지만, 학교에서는 다릅니다. 학교에서는 줄리아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선생님이 있고, 은근 좋아해 주는 남자도 있습니다. 다만 집에서 천하에 배은망덕한 딸로 엄마에게 취급받고, 아빠에게는 무시 당하는 와중입니다.

부모님은 멕시코에서 밀입국해서 들어온 불법이민자입니다. 딸들은 미국에서 낳아서 미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고국인 멕시코를 평생 그리워 하면서도,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못 들어올까 봐 가 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애들은 어릴 때 방학에만 멕시코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척들 품에 보냅니다.

그러다가 애들 좀 크고서는 안 보내는데, 모든 문제가 극에 치달았을 때 줄리아는 멕시코에 돌아가서 친척들의 환대를 받는 것으로 큰 치유를 받습니다. 그리고 줄리아는 미국의 저소득자를 위한 치료와 상담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습니다. 결국에는 어머니와 화해하고 아버지와도 좀 사이가 좋아진 상태로,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서,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속에서 뉴욕으로 떠납니다.

결말이 좀 빤한가요?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는 것처럼, 부모에게 모든 자식은 다치거나 안 좋으면 아픈 손가락입니다. 그렇지만, 자식이 둘 이상인 집에서는 늘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 있는 법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무지해서, 때로는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부모는 자식들을 물리적으로나 혹은 정신적으로 학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잘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라서 저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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