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뉴베리상 최종심에 올랐기에 무척 기대했던 책입니다. 표지도 너무 발랄하고 예뻐서 더더욱 기대했고, 게다가 책이 200페이지가 안 넘어서 금세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얼른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지 않은 건 먼저 읽으신 분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딱히 이 책에 대한 설명 없이 별로였다고, 내 취향은 아니라고. 아, 물론 싫다는 사람이 100명이 있어도 나한테 좋았던 책도 많았고, 나는 좋은데 싫다는 사람이 100명이 있는 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한테 좋아보이면 읽으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 이 책과의 인연은 제게 멀어졌습니다.
아, 물론, 이 책을 안 읽은 또 한가지 이유는, 이 책이 할인하고 있지 않아서, 도서관에서 빌려야 됐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미뤄뒀던 책을 읽어보니, 아! 진작에 읽었어야 하는 책이었던 겁니다. 아주 재밌고 짜임새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십쇼! 얼마나 신나 보이고 발랄해 보입니까! 뭔가 읽어보면 이 책 속에서는 좋은 일, 달콤한 일이 가득할 것 같고, 우울증 따위가 좀 있는 사람도 그런 거 다 날려버릴 것 같은 느낌 들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산이고 오판이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시작부터 우울하게 시작할 것이고,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우울한 경향이 있으신 분들은 읽다가 앞부분에서 우울해서 좀 힘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뉴베리 최종심에 올랐던 책입니다. 그리고 뉴베리상은 성인들이 보는 책이 아닌 아동 내지는 청소년들이 보는 책입니다. 그렇다면 결말은 어떨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모든 뉴베리 수상작이나 최종심에 올랐던 책들을 보아온 것은 아니지마는, 이 책보다 더 우울해서 읽다가 막 울기도 했던 뉴베리 수상작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바로 ‘Bud, not Buddy’입니다. 그러나 다 읽고 가뿐하고 신났던 책으로 남았습니다.
앞부분에서 좀 우울하기도 하고 상당히 짜증났던 책으로는, ‘The Great Gilly Hopkins’와, ‘Pictures of Hollis Woods’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어땠는지 아십니까? 가뿐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애들 책, 해피 엔딩 이려니 하고, 두근 두근 기대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해피엔딩이기 때문에만 이 책이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이 책은, 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가 있고 내용도 전반적으로 탄탄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재미나서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얇지만 꽉 찬 내용, 빤하지 않은 전개에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챕터 말미에, 앞에서 다뤄졌던 음식들의 레시피까지 나와서 그것을 읽는 것도 솔솔한 재미였습니다. 다 읽고 나서 이런 책 또 읽었으면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저랑 너무 잘 맞았던 것이죠. 비록,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계속 우울하게 만드는 책이었지만요.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보이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뉴베리 최종심도 올랐던 이 책은, 여러 상의 최종심까지 오르다가, 2002년에 상을 하나(Sheila A. Egoff Children’s Literature Prize)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만큼 애저녁에 우리나라에도 번역서가 나왔었습니다. 네. 나왔었습니다. 2004년에 번역판이 있었는데, 현재는 품절된 상태입니다.
저한테는 잘 맞았던 책이라서 아직도 한글판 새 책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한테만 잘 맞았던 걸까요?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아직 구할 수 있어서 빌려서 아이에게 읽혀보려고 했습니다. 다만, 앞부분이 너무 우울하게 시작해서 아이가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한글 번역서도 품절된 게 아닐까요? 표지도 한글판 서적은 우울합니다. 내용을 다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영문 원서와 한글판이 또 다른 점은 표지뿐 아니라 삽입된 그림이 있다는 겁니다. 원서는 전혀 그림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책이 영화화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76쪽의 손으로 딱 잡아보면 들고 다니기 좋은 문고판의 책입니다. 15개의 챕터로, 한 챕터가 10쪽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챕터의 길이가 제각각이라서, 약간 길게 느껴지는 챕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챕터북 읽던 수준이라면, 한 챕터가 좀 길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읽는 숨 많이 짧은 분들에게도 좀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내용이 알찬 만큼 한 챕터 끊어읽지 말고, 그냥 쭉 한번에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한 챕터를 끊어 읽으면 내용 연결이 좀 안 되더라구요. 제가 시간이 촉박할 때, 어떤 챕터는 초반에 끊어 읽다가 앞부분으로 다시 가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가 가끔 튀어나옵니다. 한 페이지에 하나에서 3개 정도 약간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편이라서, 책은 얇지만 완전 초급은 아니고 초급에서 중급 넘어갈까 싶은 단계에서 읽기가 더 좋은 책이지 싶습니다.
챕터 말미에 나오는 레시피도, 평소에 조리법 같은 거 안 보셨던 분들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레시피는 몇 챕터 읽다 보면 반복되는 단어들도 있고 레시피라는 특성에 따라서 반복되는 구절도 있고 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책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보시면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스포일러 되는 것 원치 않으시면, 아래 부분은 읽지 마세요. 그런데, 읽고 보셔도 책에 새로운 내용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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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태풍이 부는 날, 물고기 잡으러 갔던 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옆집 아줌마한테 주인공인 ‘나’를 맡겨놓고 아빠를 찾아 갑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자, ‘나’, ‘Primrose’는 옆집 아줌마에게 한시간당 3달라를 주고 맡겨졌습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남긴 돈이 점점 줄어들자, 위원회는 엄마의 남동생인 Uncle Jack(잭 삼촌)을 찾아내서 Primrose(프림로즈)를 맡으라고 합니다. 해군인 Jack 삼촌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그런데, 삼촌은 곧 해군을 관둬 가면서까지 Primrose를 맡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촌의 직업은 개발업자입니다. 예전에도 어딘가를 개발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더랬습니다. 그러나, 곧 다른 부동산 사업이 실패하면서 더 많은 돈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중에서는 삼촌이 마을을 개발하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집을 팔라고 하는 게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고, 그 중에서는 그 지역에서 식당을 하는 Bowzer양도 싫어합니다. Bowzer양은 삼촌은 싫어하지만, Primrose를 챙겨줍니다. 세상은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엄마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Primrose를 괴롭힙니다. 그런 Primrose를 챙겨주는 게 바로 Bowzer 양인 것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도 피하고 싶은데, 삼촌네 집이 귀신 나오는 것 같아서 집에 혼자 있기 싫은 Primrose는 삼촌 따라서 나왔다가,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납니다. 그러다가, 트럭에 치여서 발가락을 하나 잃는 사고를 맞는데, 사람들은 Primrose가 자살하려고 했다고 오해합니다. Primrose는 부두에 나와서 아빠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어하자, 삼촌은 그물 구해서 물고기 잡는 아르바이트 하는 척 하면 모두 뭐라 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Primrose는 바다의 파도를 보다가 멍해집니다. 그 바람에 그물에 엉켜서 그만 물에 빠지고 손가락도 한 마디 잃게 됩니다. 결국 삼촌이 잘 못 돌봤다고, 삼촌에게서 떨어져서 위탁가정에 맡겨집니다. 그러나, 위탁가정의 노부부는 그런 삼촌과 Primrose의 사정을 딱하게 여깁니다.
마침 삼촌이 개발한 타운 하우스(townhouse)에 불이 납니다. 삼촌은 그 안에 갇힌 사람 구하다 심하게 다치기까지 하지만, 사람들은 보험금 때문에 삼촌이 불을 냈다고 오해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 전기 공사하는 아저씨가, 돈 때문에 끄트머리를 짧게 잘라서 공사해서 불이 났다고 실토해서 삼촌은 누명을 벗었습니다. 그런 뒤에, 삼촌이랑 부두에 나와 있는데, 엄마 아빠가 배를 타고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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